작성자 admin 시간 2026-01-27 10: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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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주

​손광주 자유통일연구소 소장

 

지난 20일 MBC PD수첩은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2명 인터뷰를 방영했다. 이들은 둘다 "한국으로 가기를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우리 외교부는 "이들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한국행 요청시 전원 수용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으로의 자유송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 정부가 수면 위아래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언론·시민사회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국제적십자사와 인권단체들의 도움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일각에선 6·25전쟁 정전협정 당시 포로들의 자유송환 사례를 따르면 될 것 아니냐며 속 편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 당시 국군·유엔군/북한군·중공군 간 포로 송환 협상은 매우 첨예한 쟁점이었다. 공산군 측은 양측 포로를 전원 맞교환하는 자동송환을, 유엔군 측은 개인 의사에 따른 자유송환을 주장했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끝에 전세(戰勢)가 불리한 공산군 측이 물러서며 자유송환으로 결정됐다.

1953년 4~5월 양측 간 부상병 등 일부 포로 교환(Little Switch)이 있었고, 빅 스위치(Big Switch)는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빅 스위치 때 본국 송환을 거부한 중국·북한군은 2만26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중립국송환위원회에 넘겨져 90일간의 기간이 주어졌고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 등 행선지를 결정했다.

반면 유엔군 측은 미군 21명, 영국군 1명, 한국군 325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북한 측이 돌려보내지 않은 국군포로는 대략 5만~7만 정도로 추산돼 왔다.

당시 유엔군 측이 포로들의 자유송환을 관철한 것은 인권 관점에서 보면 인류 전쟁사에서 대단한 진보에 해당한다. 인류 역사 수만 년 동안 전쟁 포로는 거의 예외 없이 노예 노동력으로 충당됐다. 이 ‘전통’이 사실상 2차대전 때까지 계속됐다.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영국·미국은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포로 송환을 주장했다. 반면 소련은 자국 내 노동력 충당에 쓸 목적으로 독일군 등 포로들을 송환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영국·미국이 나치 독일군의 포로로 잡혀있던 소련 병사들을 인도주의에 따라 송환해 주었는데, 스탈린은 이들을 적에게 항복한 ‘반역자’로 규정해 굴락(Gulag·강제수용소)으로 보내버렸다.

북한이 최대치 7만여 명(추산)의 국군포로들을 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도 광산 노동자 투입 등 강제노동 충당이 목적이었고, 아직도 포로로 잡힌 자국 병사들을 ‘반역자’처럼 대하는 역사적 배경도 여기에 있다. 쉽게 말해, 공산권 국가들은 인류역사에서 ‘인권’이라는 근대화 과정을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산권 국가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포로 영웅인 맥케인 전 의원 같은 인물은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전쟁포로에 관한 국제규범은 1949년 제네바 제3협약(포로의 대우에 관한 협약)이다. 협약 제118조는 "포로(POW)는 적극적인 적대행위가 종료된 후 지체없이 석방하고 송환하여야 한다"로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은 제네바 협약에 가입했다. 다만 우리는 제118조를 유보한 상태다. 이유는 반공포로 등 송환되기를 원하지 않는 포로를 강제 송환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6·25 전쟁 경험 때문에 전쟁포로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엄청 앞서가는 나라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종료되면 러시아 측은 제네바 제3협약 제118조를 들고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군 포로 2명은 어떻게 되나? 러-우 전쟁은 6·25전쟁처럼 16개국 유엔군이 없다. 우크라군 대 러시아군·북한군밖에 없다. ‘자유송환’이 들어설 틈새가 잘 보이질 않는다. 따라서 2명은 본국(북한)으로 자동송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외교부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동시에 국제적십자사(ICRC)에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을 원한다"는 내용의 신변보호 요청이 공식 접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보인다.

인권단체들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박해받을 것이 명확한 곳으로 강제송환할 수 없는 난민협약·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을 매개로, 미국·유럽 및 우크라이나 인권단체들과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군포로자유송환비상대책위(위원장 태영호)의 활약이 크게 돋보인다.

출처 : 자유일보